" 모든 것은 자신을 기준으로 결정된단다. "
:: 외관 ::
Nachthimmel_ 밤하늘을 실로 자아내 늘어트리고 검디검은 어둠을 물들이면 꼭 그의 머리칼과 같을까. 허리를 덮고 내려와 골반 즈음에서 결 좋게 일렁이는 것은, 곱슬거림 없이 날카롭게 뻗어 몸의 굴곡 하나하나를 끌어안는 듯 자연스레 휘어 있었다. 왼쪽 눈썹 중앙에서 갈라진 앞머리는 옆머리, 뒷머리와 구분 없이 섞여, 어깨 뒤로 넘어가 바람 따라 움직임 따라 살랑거렸다. 손으로 만져 보면 층층이 떨어지고, 거센 바람 탓에 마구 휘날려도 비단마냥 보드라운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면 희미한 향기가 반겼다. 달콤하고, 따뜻한, 햇볕의 향기도 함께.
Firmament_ 딱히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눈매를 따라 얕은 속쌍꺼풀이 그어져 있었고, 줄을 맞추어 촘촘히 들어앉은 속눈썹은 어긋남 없이 그의 눈을 가려하게 장식했다. 늘 반만 뜬 듯 그윽한 눈은, 아래쪽이 빈 삼백안이었지만, 특유의 나긋한 미소와 풀어진 표정 탓에 사납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보석을 동그랗게 갈아서 붙인 것 같은 눈동자는 선명하고 밝은 벽색이었다. 한낮, 하늘의 색을 그대로 잘라 옮긴 것마냥.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맑은 눈은, 검고 네모난 폭 좁은 뿔테안경에 한 층 가려져 있었다. 도수는 상당히 높았던가. 그는 안경이 없으면 제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쉬이 구별하지 못했다.
Mond_ 보름달이 뜬 날, 남중한 달빛을 끌어안아 빚은 것만 같은 피부는 그에게 약간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부여했다. 그 위의, 항상 호선을 그리는 입가는 붉고 선연했다. 윤기가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트거나 말라붙지도 않았지. 또, 턱 끝과 아랫입술 사이,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 점이 하나, 하얀 피부 위에 유독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Birke_ 그의 팔다리는 얇고 길었고, 그의 몸은 한눈에 봐도 그 모양새가 가늘더라. 잔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고는 하나, 관절마다 뼈마디가 드러나 있었다. 소매 사이로 드러나는 얇은 손목이나, 바짓단 아래로 보이는 발목, 복사뼈. 그리고 울대와 빗근이 남들보다 훨씬 잘 보이는 목 따위는 그의 체형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마른 몸. 그리 보기 싫은 수준은 아니지만, 타인의 걱정을 살 만큼은 되었지. 유난히 희고 창백한 피부가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검은 머리칼과 대비되어 더욱 하얗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Vollkommenheit_ 교복은 망토 단추를 꼭 잠그고, 넥타이를 목 끝까지 잡아매고, 광 잘 낸 흑색 구두를 신고, 목도리마저 앞쪽에서 묶어낸 단정한 차림새였다. 그 외엔 민소매 니트를 착용했던가. 이쪽이 활동성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워낙 가는 선 탓에 헐렁하니, 양팔 위쪽에 슬리브가터를 채우고 있었다. 짙고 채도 낮은 고동색 슬리브가터는 딱 보아도 고급인 것이 느껴졌다. 와이셔츠도, 바지도 늘 잘 다림질된 빳빳한 모양새였다. 오, 단정함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람으로 만들면 아마 그와 같은 모양새일 것이다. 그의 옷차림이 흐트러진 것을 본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Fingerring_ 오른손 엄지엔 꼭 맞는 은색 반지가 끼워져 있었지. 늘 깨끗하게 빛나는 그것은 어찌 보면 수수하게 보이나 실은 제 가문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반지 안쪽에 가문의 문장과, "Memento mori"라는 격언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가끔 제 반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안쪽에 새겨진 문장을 읽어보고 그대로 다시 끼우곤 했다.
:: 이름 ::
로베르트 알레그로 / Robert Allegro
:: 성별 ::
남성
:: 키 / 몸무게 ::
188/67
말랐지. 드러난 목과 손목 마디만 보아도 쉬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소속 기숙사 ::
슬리데린
:: 학년 / 나이 ::
7학년 / 18세
:: 성격 ::
가장 가혹한 고통의 밤이 끝난 자리에
가장 눈부시고 부드러운 꿈이 일어서지
/문정희, 성에꽃
Gütigkeit_ 아,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말하며 감싸 안으려 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낮고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해, 사랑스럽구나, 아름다워, 행복해. 낯간지러운 말을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전했다.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를, 늘 아끼던 존재처럼 대하고, 길고 얇은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어여삐 대해주며 웃었다. 물론 그를 불편해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면 그는 그에게 맞추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주었지. 기본적인 매너도 나쁘지 않았다. 가끔 사람들은 그가 왜 슬리데린에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본인은 기숙사 이미지의 편견이라며 안타까워했지만.
Ruhig_ 감정적이게 되면 시야가 좁아진단다. 그는 제 감정을 크게 표현하지 않았다. 기쁘면 눈꼬리를 접고 느긋하게 웃음 짓고, 슬프면 표정을 아주 조금 찌푸리고 제 입술을 살짝 깨물고, 화가 나면 언짢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 딱 그 정도. 남들이 울부짖을 상황에서도 그는 가만히 한숨을 내쉴 뿐이었지. 그럴 때는 독하다는 소리도 들었던가. 그는 그만큼 강인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 마음이 쉬이 무너지지 않았고,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는 사람이었으며, 저는 괜찮다며 웃어 보이는 일이 대다수였다. 지금까지 그가 무너진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Sachlichkeit_ 중요한 것은 결과야. 그는 상황을 냉철하고 이성적이게 파악했다. 무언가를 정할 때 감정에 쉬이 휘둘리지 않았으며, 현재 상황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결정에 차질을 주는 요소 등 말 그대로 물리적인 것만 고려했기에,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 물론 도덕관도 결과론자였다. 그 과정이 어떻다 해도 최소의 희생과 최대의 결과만 이끌어내면 그만이라고. 원래 없어야 했던 희생이 생겨났대도 그것이 원래의 희생보다 적다면 오히려 나은 결과가 아니냐며. 덕분에 냉정하다는 말도 종종 들었던가.
Zuverlässigkeit_ 성실함은 늘 어느 정도의 결과를 가져다주지. 그는 늘 제가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었다. 성실함과 동시에 책임감을 지니고 있었기에, 부탁받은 일이 있으면 절대로 어기지 않고 해냈고, 굳이 시험 기간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자고 있을 시간에 눈을 뜨고 책을 펼쳤고,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며, 하나라도 잘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조금 강박적으로 보일 정도로. 그는 이것이 습관이 되어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곤란한 듯이 웃곤 했다. 이런 과도한 성실함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지.
Ernst_ 신중하게, 주의 깊게, 현명하게. 그는 한 가지 일에 대해 생각할 때 가능한 최대의 수를 생각했다. 늘 제가 하는 모든 일의 책임은 저에게 있었기에 더욱 단단히 굳어진 특성이었지. 신중하게 두 번, 세 번씩 생각하는 습관은 그의 실수를 줄여주는 데 한몫했다. 최선책, 차선책, 그렇게 수십 가지 방법을 거쳐 최악까지. 제가 알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한 후에야 일에 손을 대었다. 우유부단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상황을 파악하고, 제 목적을 파악하고, 그 수단을 찾아 결정하는 것이었으니까.
Führungskraft_ 내가 이끌도록 하지. 그는 사람을 모으고 제게 따르게 하는 데 재능이 있었다. 온화한 성격 탓인지도 모르지. 우선 그의 친절은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었고, 쉬이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 늘 그의 주위엔 사람들이 많았지. 특유의 책임감과 카리스마, 결단력, 신중함은 그 중의 우두머리로 서기에 충분했다. 조별로 무엇을 한다고 하면 조장도 항상 그인 경우가 대다수였고. 그러나 반장이나 회장엔 지원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은 번거롭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 이상으로 바빠지고 싶진 않았던 모양.
Stolz_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그는 유독 자존심이 강한 편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고, 그렇기에 자신을 한없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지. 물론 그렇다고 타인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누구나가 그렇듯 자신이 얕잡아 보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뿐. 이것은 승부욕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승부에서 이기려고 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워 올린 자존심은 나긋하고 다정한 그의 성격 위에 약간의 틈을 만들었다. 오, 그래, 그가 완벽주의자라는 것이 이렇게 드러났지. 주위에 큰 피해는 주지 않아 도드라지지 않지만.
:: 특징 ::
순수혈통. 로베르트는 집안의 장자였고 차기 가주였다. 그 가문이 어떤지를 아는 자들은 모두 그를 보고 기겁했지. 저게 그 알레그로의 차기 가주라고? 그러나 그의 말을 한마디라도 들으면 이내 마음을 바꾸어 먹고는 했다. 지독한 순혈주의에 물든 집안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다녔기에. 그는 매우 다정했고, 상냥했고, 심지어는 박애주의자였다. 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해. 순혈이고 혼혈이고 머글 출신이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나. 어차피 다 똑같은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인데. 그는 늘 눈꼬리를 어여쁘게 휘어 접으며,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이리 말했다.
1974년 12월 10일생. 겨울의 초입. 맹동의 추위를 기다리는 날. 그는 자신의 생일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탄생화는 적색 동백, 탄생목은 자작나무, 탄생석은 터키석.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18세인가 하면, 그가 남들보다 1년 늦게 학교에 들어왔기 때문. 그는 12세일 때, 그러니까 생일이 지나면 13세가 되는 해에 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학년에 제 동생이 있는 것만 봐도 늦게 들어왔다는 건 쉬이 알 수 있었지. 로베르트는 그 사실을 딱히 숨기지 않았다. 이유는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만.
약 32cm(12.5inch)의 보통 길이 지팡이는, 검고, 검고, 검었다. 특별히 무늬랄 것도 없이 나뭇가지마냥 일그러져 뻗어 있는 그것은, 그저 손잡이 부분에 일정한 간격으로 지팡이를 감싸는 홈이 파여 있을 뿐. 총 8개의 음각된 고리, 그중에 아래의 세 개는 은박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지팡이의 전부였다. 단단하고 유연하지 못한 그것은, 그 드물다는 딱총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희귀하지, 그렇고말고. 그에게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 심은 불사조의 깃털. 그 이야기를 듣고, 그는 흥미로워하며 새까만 지팡이를 쥐었고, 지팡이는 이내 비범한 제 주인을 받아들였다.
그는 익스펙토 페트로눔을 할 수 있었다. 뼈저린 연습의 결과였지. 이 마법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남몰래 연습을 해댔다. 그리하여 4학년의 어느 날 불러낸 패트로누스는 암사자. 성공률은 꽤 높은 편이었다. 패트로누스의 매개체가 그의 최고의 행복이기 때문일까. 열 번 중 여섯 번 이상은 성공하곤 했지. 그는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제게 가장 소중한 이. 그녀와 함께 웃었던 시간을. 그녀가 사라진다면 그는 아마 더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내지 못할 것이다.
애완동물은 키우지 않았다. 지닌 것이라곤 편지를 주고받기 위해 데리고 있는 새하얀 부엉이 하나뿐.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과는 소통하기 어려운 데다, 그는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말할 때 유독 가슴 쪽 근처에 손을 대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손목을 살짝 꺾어, 가는 손끝을 가슴께에 대고, 이것이 저의 마음이라는 듯 조곤조곤. 그 외에도 생각할 때, 팔짱을 끼고 그대로 한 손을 들어 제 턱을 받치고 있다던가, 가끔가다 제 입술을 만지작거리는 등. 제스쳐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자잘한 몸짓은 꽤 많은 편이었지.
그에겐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를 하느라 바빴으니까. 다만 특기라 할 만한 것은 있었지. 그는 손재주가 좋았다. 손으로 하는 것은 뭐든 금방 익히고 곧잘 따라 하곤 했다. 가끔 학생들의 머리칼을 묶어주거나 하기도 했지. 본인은 손재주가 좋다는 사실에 자각도 관심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는 초콜릿 스프레드를 얹은 핫케이크를 가장 좋아했다. 귀한 집 자제 치고는 소박한 입맛이었지. 그것뿐만 아니라 얼 그레이 홍차를 사용한 밀크티, 카밀러 혹은 페퍼민트로 우린 허브 티, 질 좋은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요크셔 푸딩, 아메리카노와 함께하는 고소한 스콘, 설탕이 많지 않은 파운드 케이크……. 전체적으로 고소한 빵류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비린내가 심한 생선이나 고기 요리. 기름진 것들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 오래된 채소로 만들어 눅진해진 샐러드도. 물론 영국의 기괴한 요리들―정어리 파이라던가―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많은 것을 사랑했다. 고운 털을 자랑하는 제 깃펜, 책장에 한참을 놓여 펼쳐지지 않은 먼지 쌓인 오래된 책의 향기, 창밖에 새하얗게 쌓여 세상을 훨씬 밝게 만드는 눈, 하늘이 개고 걷힌 구름 사이 습한 공기를 밟고 선 무지개, 비가 고여 질척한 땅의 찰박거림, 새벽의 여명, 귀를 간질이는 산들바람, 숲 속에서 들리는 새의 지저귐……. 그가 싫다고 하는 것? 음, 글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엔 언짢은 표정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직접 싫다고 언급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그의 말투는 유난히 고운 편이었다. 그의 말투를 서술하는 데에, 사근사근하다, 부드럽다, 사랑스럽다 등, 세상의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말 중 그 무엇을 가져다 붙여도 될 것이다. ~니. ~하구나. 등의 날카롭지 않은 어휘를 썼고, 저보다 윗사람에게는 ~다. ~까. 등의 정중하고 반듯한 말투를 사용했다. 그는, 언어는 그 사람을 표현하는 가장 고차원적이고 직접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했기에, 늘 말 한마디를 내뱉는 데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덕분에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깍듯한, 잘 자란 도련님답다는 이미지가 붙어 있었지.
가끔 기분이 나쁠 때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제 아랫입술을 씹다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기숙사 소파에 등을 푹 기대고 앉아 다크 초콜릿을 주섬주섬 꺼내 먹곤 했다. 말을 걸어도 반응을 하지 않아, 건드려도 의미는 없었다. 그저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을 때의, 그만의 해소 방법일 뿐이었다. 잠시 내버려 두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와서 다정하게 웃으니 쉬게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는 종종 천재가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과목에서 O를 놓쳐 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아마 슬리데린 내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사람이 그일 것이다. O.W.L.s도 전부 O를 받고 통과했었지.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가끔 E라도 나오면 언짢은 표정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제 거의 모든 여가 시간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고, 잠까지 줄여서 마법을 연습하고 수업 내용을 복습하고는 했으므로. 그가 4시간 이상을 자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룸메이트들과 같은 시간에 잠든 후 훨씬 빨리 일어나서, 한 글자라도 더 읽기 때문에, 그가 정확히 몇 시간이나 공부하는지 아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저 조금 빨리 일어나는 줄 알고 있을 뿐.
수강 중인 과목은 마법, 마법 약, 약초학, 어둠의 마법 방어술, 변신술, 마법의 역사, 천문학, 고대 룬 문자 연구, 산술점. 지식만 있다면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들이었지. 그는 감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니기도 했고. 그냥 이론적인 것을 좋아할 뿐인지도 모른다.
가족? 그는 제 가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 가문이 미쳐있다는 건, 마법사 사회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 순혈을 끔찍하게도 고집했지. 물론 로베르트에게도 머글의 피 따위 섞이지 않았고,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가문에서 미리 약혼자도 만들어 두었던가. 그런 가문의 차기 가주가 박애주의자라는 것은 놀랄 만한 이야기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제 아버지에게 고분고분히 잘 따랐고, 차기 가주라는 자리에 큰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그만큼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지. 어머니? 그가 8살 때 이미 떠났다. 그는 그녀에 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생에 대해선 자주 이야기했지. 사랑스러운 동생이라고, 눈꼬리를 휘고 잔잔하게 웃으며.
:: 소중한 존재 ::
아리엘 안단테라는 소녀가 있다.
같은 학년, 같은 기숙사의, 유독 눈에 띄는, 곱슬거리는 붉은 머리칼이 아름답고, 웃는 모습이 어여쁜 소녀.
그의 심장을 처음으로 뛰게 만든 사람.
그러나 가문에서 정해 준, 누군지도 모르는 약혼자가 있기에 마음을 접고, 억지로 억눌러야만 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마음은 쌍방이었지. 그러나 로베르트는 그녀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었다.
그저 친구로 남자고 했던 날에, 그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울었던가.
학기가 시작했을 때였으니, 이제 한 달쯤 지난 일이다.
그들은 이제 그저 같이 식사를 하고, 심심하면 체스를 두고, 가끔 숙제를 도와주는 친우일 뿐이었다.
보내고 아무 미련 남지 않는 사람이면 좋았을 텐데,
왜 하필이면 당신은 보내고 더욱 눈물나게 하는 사람인가요.
/유미성, 왜 하필 당신은
:: 선관 ::
르네 알레그로(Rene Allegro).
그에 관해 물으면 사랑스러운 동생이라고 말하며, 눈꼬리를 휘어 늘어트리고 웃었지.
저가 감싸 안아 살아있는 아이였다. 저 영특한 아이를 버려서 무엇하려고.
때때로, 나름대로 애칭이랍시고 레(Re)라고 그를 부르기도 했다.